운현궁에서

지창영 917

운현궁 뒤꼍 대나무들이 수런수런 얘기한다 

우리는 죽창이 될 수 없었다고

그 때 죽창이 됐어야 한다고

 

바람은 솔솔 불어오는데

지키지 못한 나라를 한탄하며

자꾸만 수런거린다

 

낭창낭창 휘어지는 신우대가 아니라

마디마디 우악스런 왕대가 됐어야 한다고

하늘을 찌르는 참대가 됐어야 한다고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죽창이 됐어야 한다고

 

외세에 문 걸어 닫고 두려워 떨 것이 아니라

 

사대문을 활짝 열어

죽창 들고 한양으로 진군해 오는

동학군을 맞이했어야 한다고

 

이제라도 그래야 한다고

외세 동맹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에게 문을 열어야 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