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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961

아주 난리가 나고 있어요

남북이 폭풍 전야고

전쟁은 세계와 직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핵이 한반도로 몰려드는 명분이죠

핵에 둘러싸이면

그러면 우리는 안전한가 되묻지도 않으면서

 

지식 위에 지식 쌓이고

지혜 위에 지혜 쌓여 도래한 문명 천지에

야만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태생적으로 문명도 야만의 자식이지만

이런 저질의 야만은 처음 아닌가요

 

전쟁과 학살, 독재와 폭압, 불의와 부정이 몇 차례 휩쓸고 간 대지에

무능과 무지, 조작과 모략, 거짓과 기만의 씨가 공정과 상식을 구호 삼아 뿌려지고 있어요

 

참 운도 없는 국민

자업자득이지만

 

재난이 발생해도 작동하지 않는 매뉴얼

책임지지 않는 게 일상화된 공직자들에게는 대체 어떤 막강한 윗선이 배후로 버텨주는지

 

국민은 네 편 내 편 극명하게 갈라쳐졌습니다

세대 간, 남녀 간, 노사 간, 진영 간, 빈부 간, 지역 간,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는 젊은이들

인구절벽은 아시다시피 그들의 탓이 아닙죠

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극적 전망에 막대사탕 같은 걸 대책이라고 내놓는 위정자들

 

척박한 곳에서는 꽃이 펴도

천박한 곳에서 꽃은 피지 못합디다

 

생명 경시와 혐오와 폭력

아주 난리가 나고 있어요

이 시를 찢어 한쪽씩 입에 물고 이제

평화의 절박한 이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 그럼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