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길

백소연 1185

휘몰아치는 광야의 소용돌이   

시간은 조각난 기억을 불러온다

일상 두고 건너는 우리네 기억은 또 다른 폭력인가

위험한 문장인가

15천만년 전 일만큼 공룡 화석된 딱딱한 길 위에 서서

초록 깃발 높이 든 우리

한 사람, 또 한 사람,외쳐 노래부른다

 

더는 열리지 않는 문전에서 수수곡절 손발 묶여

귀향조차 없는 늙고 병든 남은 자들의

꿈꾸는 철로, 분단의 귀로란 잉태하고 자라난 암벽인 것인데

격랑치던 경계 최단 거리의 거리

시방, 무궁화는 꽃 피는가


1989119, 오직 건널 수 있음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베를린 냉전의 장벽 와그르르 무너트린

물결의 물결 생생한 것이어서

전투 앞둔 전사의 눈빛처럼 시간은 직격탄인데

누구를 위한 다툼 무엇 위한 조준인 것인지

숨어나르는 과녁은 아직도 날개다

짓밟힐수록 제 몸 일으킨 개망초와 민들레 흐드러진 논전답 위로

초강력 포탄의 아우성, 아우성이라니!

 

구멍난 엑스레이 같이 숱한 이념 찢겨 나온 살과 뼈

같은 하늘 같은 땅 우리의 입김과 체온 순수해질 때까지

언 강물 풀리고 온갖 새 공중 날아오를 때까지

동에서 서로 이름없이 빛도 없이

폭우 속 동백꽃 모가지처럼 툭, , 나가 떨어진

붉디 붉은 무명한 손


앞선 자와 뒤쫓는 걸음 폭 사이로 깊게 박힌 지뢰밭

ㅏ ㅓ ㅕ 모음 한 자만 바뀌면 철의 심줄 뽑아

냉혈한 출입문 열고 닫는 것이어서

우리는 우리 목청으로 합창하며 둥글게 둥글게

광야로 세계로 꽃 피우자, 한 뿌리 상록수를 심어보자!

 

보라, 건너오지 못한 영혼의 부르짖음도 어언 70여 년

생명줄 끊어버린 신원미상 잔혹한 울음의 역사는

진정 누구 몫인가 아이는 묻는다

불러도 불러보아도 대답 없는 DMZ철조망은

보고도 볼 수 없는 희미한 유리막 혹간 딱딱한 경계인 것인데

혈육의 무소식 짓밟고 무기武器만 안녕하신가

 

동족 상잔 피바다로 물든 생사 두개골

육지로 튕겨나온 물고기 부레처럼 심장 벌떡대는 지구촌은

백두 지척 전선망 뚫고 오늘도

도륙하는 작두날에 처절히 거북목 내미는

단 한 발의 경계, 호루라기 삶, 삶이라니!

 

수천 년 전 사하라 사막은 녹색 광야였다는 데

갈색 사막 아직도 사하라의 눈 번쩍번쩍 위로 치켜올린다는 데

숨 쉬는 땅 내 조국, 치우지 못할 장벽 무엇인가

꿈을 먹고 사는 젊음의 기도는 동서 남북 길길이 빛낼 족적

아이로부터 어른, 어른으로부터 아이, 지구는 하나

죽지 않는 전쟁 어디 있으리!

 

, , 우리 초록 깃발 높이 치켜들고

생명수키워냄은 어떠한가

사막에 백합화 필 때까지

사랑의 띠로 하나 되어 닫힌 길 열릴 때까지